“한 손엔 바가지, 한 손엔 복음.”
지금 필리핀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진우, 조정빈 선교사 부부의 모습이다. 2017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서 파송되어 필리핀 까비떼 지역으로 향한 이들 가족은 어느덧 8년째 이국땅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4월의 필리핀은 삼복더위보다 혹독하다.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고, 습도는 70% 이상. 게다가 세포교회가 위치한 마을은 수도 공급이 끊긴 지 40일째다. 선교사 가족은 물론 성도들 모두가 빗물이나 바가지로 물을 길어 생활하고 있다. “시골 출신이라 견딜 만합니다.”라며 웃어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활의 고됨보다 복음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들이 개척한 세포교회는 지금도 복음의 불꽃을 품고 있다. 마을 안에는 두 개의 연합체가 대립 중인데, 그 중 하나는 교회 부지를 둘러싼 사기까지 벌인 적이 있는 조직이다. 선교사 부부는 성도들과 함께 그 사악한 권세가 물러가기를, 교회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사역지인 타만리 HL 교회에는 조금씩 고정된 예배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농사일에 바쁜 와중에도 찬양과 말씀을 사모하며 모이는 이들의 모습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실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은 단순한 예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선교사 가정의 비전은 ‘어린이 합창단’이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찬양 소리에 감동받아 이 길에 들어선 그들은, 지금도 찬양을 통해 아이들의 삶에 하나님을 심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들이 빵이 없어 연습에 못 나오는 일이 다반사고, 교통비가 없어 예배에 빠지는 일도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는 말한다. “빵과 복음, 그리고 제자훈련에 저희 가족의 인생 후반전을 바치고 싶습니다.”
오는 4월 20일, 세포교회의 7명의 성도들이 바닷가에서 세례를 받는다. 무더위와 물 부족, 공동체의 갈등 속에서도 그들은 진심으로 주님의 길을 따르려 한다.
이진우, 조정빈 선교사 가정은 오늘도 기도 제목을 부탁한다.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도록, 교회를 둘러싼 위협이 사라지도록, 합창단의 아이들이 자라도록, 그리고 원화 가치 하락 속에서 선교 자금이 지혜롭게 사용되도록.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필리핀의 작은 마을에서는 땀에 젖은 손으로 마이크 대신 성경을 들고 찬양하는 이들이 있다.
그 노래가 하늘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동역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